꿈꾸는노란장미 2009. 7. 25. 22:49

 마음대로 쓸 수 있는 돈이 있다는 것은 참으로 유쾌한 일이다. 이런 돈을 용돈이라고 한다. 나는 양복 호주머니에 내 용돈이 7백 원만 있으면 세상에 부러운 사람이 없다. 그러나 3백 원밖에 없을 때에는 불안해지고 2백 원 이하로 내려갈 때에는 우울해진다. 이런 때는 제분회사 사장이 부러워진다.

 

 주말이 되면 내 용돈에서 일주일분 7백 원을 넣고 나간다. 다른 사람의 경우에 있어서는 술 · 담배, 그리고 찻값이 용돈의 대부분을 차지할 것이다. 그라나 나는 주초酒草를 위하여 용돈으 ㄹ쓰는 일은 거의 없다. 술은 공술이라도 한 잔도 못 먹고, 담배는 권하면 받아 무는 일이 있다. 찻집에는 가끔 간다. 용돈으로 물건을 사는 일은 없다.

 

 어려서 전 재산을 다 주고 값진 장난감 하나를 사고는 한 달 동안 돈고생을 한 일이 있다. 그 후로는 용돈으로는 절대로 물건을 아니 사게 되었다. '아이스크림'을 잘 사 먹는다. 전에는 둘이서 두 잔씩 먹던 것을 요즈음은 한 잔씩 먹는다.

 

 서영이는 아직도 두 잔 먹는 때가 있다. 영화나 음악회에 가기도 한다. 머리를 깎기도 한다. 용돈으로 머리를 깎는다는 것은 억울한 일이다. 그런데 나는 큰 호텔 이발소에서 이발을 한다. '그런데'가 아니라 '그래서' 사치스런 이발을 하는 것이다. 아무리 돈을 많이 쓰는 날이라도 7백 원을 다 쓰지는 않는다.

 

 우리 집에는 텔리비전이나 냉장고 같은 것이 없다. 그런 것을 사기에는 내 월급이 너무 적다. 월부로 살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월부로 물건을 사면 그만큼 월급이 줄어드는 셈이 된다. 나는 월급이 줄어드는 것을 가장 싫어한다. 월급이 줄어들면 내 용돈도 줄어들 것이다. 그런데 돈의 구매력이 줄어서 월급이 줄어든 것이라고도 한다. 내 용돈도 줄어들었을 것이다.

 

  '일단사 일표음一簞食一瓢飮(한 도시락 밥과 한 표주막 물)'으로 나는 도道를 즐길 수는 없다. 나는 속인俗人이므로 희랍 학자와 같이 자반 한 마리와 빵 한 덩어리로 진리를 탐구하기는 어렵다.

 

 桐千年老恒藏曲

 梅一生寒不賣香

 오동은 천년 늙어도 항상 가락을 지니고,

 매화는 일생 추워도 향기를 팔지 않는다.

 

 물론 마음의 자유를 천만금에는 아니 팔 것이다. 그러나 용돈과 얼마의 책값과 생활비를 벌기 위하여 마음의 자유를 잃을까 불안할 때가 있다.

 

==============2009년 03월 10일 오전 10시 54분에 옮겨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