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노란장미 2009. 8. 23. 14:15
희랍인 조르바 중에서

“두목! 이 세상에서 악마의 발명품이 얼마나 근사한지, 혹 생각해 본 적 있어요? 예쁜 여자, 봄, 애저구이, 술…… 이런 건 모두 악마의 발명품이라고요. 하느님은 수도승, 금식, 카마이멜런 차, 못생긴 여자 같은 걸 만들었고요…… 니기미!”

"새끼손가락 하나가 왜 없느냐고요? 질그릇을 만들자면 물레를 돌려야 하잖아요?
그런데 왼손 새끼손가락이 자꾸 걸리적거리는 게 아니겠어요? 그래서 도끼로 내려쳐 잘라 버렸어요."
 
"오라지게 추워서 결혼했습니다."

"결혼 말인가요? 공식적으로는 한 번 했지요. 비공식적으로는 천 번, 아니, 3천 번쯤 될거요.
정확하게 몇 번인지 내가 어떻게 알아요? 수탉이 장부 가지고 다니는 거 봤어요?"
 
"확대경으로 보면 물속에 벌레가 우굴우굴한대요.
자, 갈증을 참을 거요, 아니면 확대경을 확 부숴 버리고 물을 마시겠소?"


"두목, 내 생각을 말씀드리겠는데, 부디 화는 내지 마시오. 당신의 그 많은 책을 한 무더기 쌓아 놓고 불이나 싸질러 버리쇼. 그러고 나면 누가 압니까 당신이 바보를 면할지. 당신은 괜찮은 사람이니까… 우리가 당신을 제대로 만들어 놓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군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Anthony Quinn이 그린 "Zorba" 혹은 "Self Portrait"



뱀다리 1. 가끔 기운을 내고 싶을 때 찾게 되는 친구가 있듯이, 가끔 찾아서 다시 읽는 책이 있습니다. <희랍인 조르바>가 나에겐 그런 책입니다. 언제 그 책을 처음 읽었는지 정확히 기억할 수는 없지만 까마득한 옛 사랑에게도 선물했던 기억이가물거리는 것을 보면 꽤 오래전에 처음 읽었던 것 같습니다.

뱀다리 2. 영화로도 꽤 여러번 보았고, 퀸의 살아 생전 어렵게 연극으로도 보았습니다. 좋은 영화, 좋은 연극, 그러나 무엇보다 가슴에 와닿는 것은 책입니다. 어느 순간, 번역 제목이 <그리스인 조르바>로 바뀌었지만 아직도 <희랍인 조르바>라는 표현이 훨씬 친숙합니다.

뱀다리 3. 생각해보니 조르바를 꺼내 읽을 때는 항상 어딘가로 떠나고 싶은 때였던 것 같습니다.

뱀다리 4. 나이가 들면서 자주 가는 여행지가 바다에서 사막으로 바뀌었습니다. 가장 가까운 전기줄이 300Km가 넘는 초원들도 좋아합니다. 지평선에서 떠오르는 별을 처음 보았을 때의 떨림은 아직도 기억이 생생합니다. 훌쩍 어디론가 떠나고픈 날입니다.

뱀다리 5. 영화 <희랍인 조르바>의 작곡자는 Mikis Theodorakis입니다. 테오도라키스의 음악 중 우리에게 잘 알려진 것은 멜리나 메르쿠리가 주연한 영화 와 <일요일은 참으세요> 그리고 <희랍인 조르바>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의 가장 유명한 곡은 독재와 억압에 함께 항거했던 친구의 죽음을 슬퍼하며 작곡했다는 <기차는 8시에 떠나고 (To Treno Fevgi Stis Okto)>입니다. "도바리"라는 이름으로 숨어다니던 70, 80년대의 수배자들이 생각나는 노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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