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여행 둘째날 오후-이집트 박물관
점심으로 한국 식당에서 설렁탕을 맛있게 먹고 난 오후에는 이집트 박물관 관람과 향유 가게, 파피루스 전시장 관람이 있었다.
이집트 박물관은 입장하기 전부터 카메라를 갖고 들어가지 못하도록 단속하고 있었고 공항에서처럼 휴대품 검색도 하고, 삼엄한 경계를 통과해야 박물관에 입장할 수 있었다.
이 박물관은 고대 이집트의 미술품과 고고학적 유물의 수집으로는 양과 질적인 면에서 세계 최고의 수준이라고 한다.
전시 유물은 대략 10만 점 정도 되며 대부분이 이집트 각지의 신전이나 무덤에서 발굴된 것으로 건축의 일부, 각종 조각품, 벽화, 공예품 등 다양하였는데 어떤 유물은 그 규모가 어찌나 큰지 이 건물 안에 어떻게 들여왔는지 그 방법에 호기심이 생길 정도였다.
특히, 이 박물관에는 18왕조 말 소년 왕 투탕카멘의 묘(墓) 부장품이 가장 유명한데, 그의 황금 마스크와 황금의 관(棺)을 비롯하여 각종 예장품 등을 보며 호화롭던 파라오의 생활을 짐작할 수 있었다.
황금으로 만든 각종 액세서리를 몸에 다 두르면 일어서기나 했을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다.
대부분 파라오들의 무덤이 도굴되었던 것에 반해 투탕카멘의 묘는 다른 왕의 묘 아래에 위치해있어 도굴을 피한 덕분에 대부분의 유물이 전시될 수 있었다 한다.
고대의 찬란했던 문명을 간직했던 이집트가 역사의 흐름 속에서 여러 제국들의 침입에 의해 짓밟히고, 착취당하긴 했지만, 이집트엔 파라오의 숨결이 느껴졌고, 현재에도 이집트는 파라오들에 의해 지켜지고 있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이집트 박물관을 나와 파피루스 상품을 파는 곳에 들렀는데, 고대 이집트에서는 책을 두루마리 형태로 만들었는데 이때 크게 기여한 것이 이 파피루스 종이다.
파피루스는 깊이 90cm의 정도의 잔잔하게 흐르는 물에서 키가 4m 이상 자라며 삼각기둥 형태의 줄기를 가지는데 바깥 줄기는 벗겨내서 돛이나 천, 방석, 밧줄을 만드는데 사용하며 속 줄기를 도막 내서 물에 1주일 정도 담가 당 성분을 다 우려낸 다음 얇게 저며 평직 형태로 짜서 압착하고 말려 매끄럽고 얇은 파피루스 종이를 만든다고 한다.
매장을 둘러보니 람세스 2세의 모습이나, 그 부인인 네페르타리의 모습, 소년 왕 투탕카멘, 풍경화에 정물화까지 이집트의 역사나 풍경을 묘사한 작품들이 대부분이었는데 기념으로 사자의 서 그림과 책갈피꽂이를 몇 개 샀다.
파피루스 매장에 이어 샤넬 5의 재료를 판다는 향유 가게에 들른 후, 아스완(Aswan) 행 야간열차를 타기 위해 카이로 역으로 향했다.
8시에 오기로 한 기차는 무려 한 시간도 훨씬 넘긴 9시 15분쯤에야 도착했다.
이집트 사람들은 약속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것으로 유명한데, 사적인 약속뿐만 아니라, 시민과의 약속을 지켜야 할 기차역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누군가 늦은 이유를 따진다면 그들은 이렇게 말한다.
인샬라(Inch'Allah)....
기대를 안고 오른 열차는 기대 이하였다.
‘외국인 전용 디럭스 열차’라는 말이 부끄러울 정도로 부실한 저녁식사도 그렇거니와, 찔끔거리며 흐르는 수돗물은 인내심을 시험했다.
집에서 출발하기 전 샤워를 한 이래, 여태껏 샤워는커녕 머리도 감지 못하고 있었으니 제기랄이었다.
서부영화에서 나오는 열차와 아주 흡사한 구조를 한, 한 평 남짓한 객실엔 한쪽으로 기다란 소파가 놓여있었고, 맞은편엔 거울과 옷장, 세면대가 놓여있는데, 너무 좁아 여행용 가방 두 개를 놓으니 발 디딜 틈이 없다. 하는 수없이 가방을 포개 놓고, 어줍지 않은 포즈로 식사를 하고 났더니 승무원이 와서 소파를 뒤집고, 위쪽에 있는 구조물을 젖히니 겨우 한 사람씩 누울 수 있는 정도의 이층 침대가 완성되었다.
공용 화장실에서 찔끔거리는 물을 받아 겨우 세수를 하고 밖을 보니 이미 밖은 아무것도 분간할 수 없는 한밤중이고 자는 일 밖에는 달리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더구나, 이집트는 우리나라보다 7시간이 늦어 기나긴 하루를 보내고, 카이로 시내 관광을 한 터라서 금방 곯아떨어졌다.
아침에 가벼운 마음으로 눈을 뜨니, 창밖엔 그림 같은 풍경이 지나가고 있었다.
이 열차가 달리는 철로와 나란한 방향으로 나일강 지류가 지나고 있고, 그에 또 나란하게 도로가 나있다.
다양한 크기로 나누어진 초록빛 밭도 나일강을 따라 길게 배열되어 있고 끊임없이 크고 작은 대추야자나무가 지나갔다.
밭 사이의 길을 따라 당나귀를 타고 가던 시골 농부의 모습이 지금도 생생하다.
기차는 가끔 정차하기도 했으나, 비슷한 풍경은 계속되었다.
그렇게 13시간 이상을 소요해서 닿은 곳은 아스완, 이집트의 세 번째 큰 도시로 아스완 하이댐이 유명하며, 고대 이집트 시대 학자인 에라토스테네스가 알렉산드리아와 이곳과의 거리를 측정하여 지구의 둘레를 처음으로 계산하였다.
* https://blog.naver.com/manichagold/221496947822
투탕카멘의 황금마스크
파피루스그림. 사자의 서
파피루스 엽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