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저녁으론 쌀쌀하지만, 낮엔 완연한 봄날씨다.
낮엔 선생님 몇이 모여 죽을 먹으러 갔다 왔다.
요즘은 조금만 많이 먹어도 소화가 안되고, 속이 더부룩한 게 영 거슬린다.
덜 먹어야지 하면서도 막상 음식 앞에 앉으면 본능적으로 먹어 제낀다.
뒷감당은 생각하지도 못하고...왜 이리 미련스러운지.
엄마는 처음 집에 오셨을 때보다 기운도 많이 차리시고, 표정도 온화해지셨지만
여전히 맘 한 구석이 편치 않으신가보다.
그토록 사랑했던 아들 집에 다신 가지 않겠노라 말씀하시고 떠나오신 마음이 오죽하겠나만은, 그런 모습을 지켜보아야 하는 것도 때로는 아픔이 된다.
가끔씩 사위한테 미안해하는 모습을 보니, 역시 사위는 백년손님이 맞나보다.
작은 오빠와의 일이 있은 후로 오빠에게 자연스럽게 다가가지 못하고 있어 목구멍에 가시 걸린 것 마냥 늘 맘 한 구석이 편치 않지만, 그런 일을 겪고도 아무 일 없던 것처럼 지낼 수 없는 게 타고난 내 성격이기도 하다.
어찌 금방 예전처럼 지낼 수 있단 말인가.....
시간이 필요할 것 같은데, 저 번 날 저녁엔 집으로 걸려온 오빠 전화를 받고 인사 한 번 나누지 않고 엄마한테 바로 건넸다가 오빠로부터 호되게 항의아닌 항의를 받았다.
생각해보면 내 잘못이 크다.
그러면 안되는 줄 알지만, 맘 한 구석에 남아 있는 응어리가 그런 식으로 표현이 되어 버렸다.
작년에 작은 올케랑 다투고 나서부터 작은 오빠 집으로 전화하는 게 꺼려졌었는데 일이 자꾸 꼬이고 있는 것 같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하고 생각해본 적도 있는데 그 중심엔 아니나 다를까 한성질 하시는 엄마와 작은 올케가 있지 않나 싶다.
이 상황에서 일방적으로 올케 역성만 드는 오빠가 곱게 보이지도 않는다.
어떻게 오빠에게 다가가야할 지 모르겠고, 알고 싶지도 않다.
막막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