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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북*;;* /琴兒 인연 ▦

어느 날

 아침 여섯 시 반이 되어도 깨지를 않았다. 산에 안겨서 잠든 호수와 같이 서영이 숨결에는 아무 불안이 없다. 더 재우고 싶었으나 5분 후에 그 단잠을 깨웠다. 세수하는 동안에 시간표에 맞추어 책을 가방에 넣어 주었다. 엄마보고 버스 타는 데까지 바래다 주라고 했다.

 

 아침 열 시까지 오늘 강독할 프란시스 톰슨의 <하늘의 사냥개>를 오래간만에 읽어 보았다. 모호한 데가 몇 군데 있다.

 

 오후 다섯 시에 집에 돌아오니 서영이가 아직도 학교에서 아니 와 있다. 엄마보고 이웃집에 가서 전화를 걸어 보라고 하였다.

 "세 시 반에 파했다는데요."

 바깥은 벌써 캄캄하여 온다. 나는 버스 정류장으로 나갔다. 버스에서 내리는 작은 여학생은 다 서영이 같았다. 나는 세 시경에 다방에서 잡담을 하고 있었다. 학교에 가서 데리고 올 것을 잘못하였다. 어디를 갔을까? 오늘 청소도 아닌데 · · ·, 마음을 졸이며 기다리고 있었다.

 

 서영이는 버스에서 내리더니 학교에서 놀다가 왔다고 한다. 나는 나무라지 않았다.

  "버스에 사람 많지? 자꾸 밀리지 않던?" 하고 물어보았다.

 서영이는 숙제를 하다가 잠이 들고 나는 늦도록 '아미엘'을 읽었다. 자기 전에 낮에 강독한 <하늘의 사냥개> 속의 모호한 곳을 다시 읽어 보았다.

 

 석영하여지지 않는다. 자는 것을 가만히 들여다보니 서영이 얼굴에는 아무 불안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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