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악과 호수의 나라' 스위스. 사방이 알프스의 거봉(巨峰)들로 들어차 있고 그 산을 오르는 등산열차의 낭만을 만끽할 수 있는 곳. 산길을 따라 하이킹을 즐기는 무공해 여행지가 지천으로 널려 있어 색다른 즐거움을 얻을 수 있는 나라. 어린 시절 박하 사탕을 입에 물었을 때 느꼈던 그 청량한 느낌을 주는 스위스는 내 마음속에 이렇게 자리잡고 있었다.
하늘을 통해 스위스로 들어가는 관문인 취리히 공항에 내린 시간은 오후 4시. 하루의 반을 비좁은 의자에서 보내며 날아온 나그네를 맞는 것은 반갑지 않은 초여름 비였다. 취리히의 하늘은 머리 위까지 내려와 비를 뿌리고 있었고 자동차로 한 시간을 달려 루체른에 도착했을 때에도 서글픈 비는 멈추지 않았다. 루체른은 아직도 중세의 흔적이 해묵은 장미향의 오데코롱 같은 향기로 남아 있는 곳이다. 기대했던 청량한 하늘과 알프스를 물들이는 저녁놀은 찾아볼 수 없었지만 오렌지빛 가로등과 고풍스런 거리 풍경이 빗물에 번져 한 폭의 수채화를 그려 놓고 있는 루체른은 색다른 느낌으로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한 루체른의 인기를 반영하고 있는 것이 강 건너편의 리기 산이다. 알프스 관광의 여명기에 개장된 유서 깊은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해돋이의 장관이나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피어발트슈테터 호수의 아름다운 풍경은 쉽게 잊혀지지 않을 소중한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등산 열차로 즐기는 리기산 등정 예정대로 라면 아침나절에 루체른 구경을 나서야 했다. 그러나 밤새 내린 비는 동이 트면서 가랑비로 바뀌었을 뿐 아직도 그칠 줄 모른다. 이렇게 구름이 내려와 있을 때에는 높은 산이 오히려 개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리기산을 먼저 찾기로 했다. 루체른에서 리기산으로 가는 길은 전설 속의 인물 윌리엄 텔이 악덕 관리 게스라를 쏘았다는 쿠스나흐트를 거쳐 등산 철도가 시작되는 피츠다우로 가는 호반길과 유람선으로 피어발트슈테터 호를 건너가는 뱃길이 있다. 가는 길에는 유람선을 타고 되돌아 올 때는 낭만 넘치는 호반길을 택하기로 했다. 루체른 역 앞에 있는 선착장에서 떠나는 외륜선으로 즐기는 피어발트슈테터 호의 크루징은 이곳 여행 일정에서 빼놓을 수 없다. 우리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외륜선을 타고 호수가에 있는 아름다운 마을들과 멀리 보이는 알프스의 연봉(連峰)을 감상하는 여행은 한결 이국적인 정취를 자아낸다. 등산 열차가 떠나는 피츠다우까지 1시간 남짓 걸렸다. 선착장을 빠져 나오면 바로 등산 철도역이다. 루체른에서 오는 배가 도착하기를 기다리고 있던 등산 열차는 이내 출발한다. 등산 열차는 옆으로 6명이 앉아도 넉넉한 붉은 색 전동차로, 운 좋게 왼쪽 창에 앉으면 호수를 구경하며 오를 수 있다. 열차가 산비탈을 오르기 시작하자 침엽수림 사이로 보이는 파란 호수가 점점 작아지고 몇 채의 통나무 오두막집을 지난다. 아침나절인데다 비가 오는 탓인지 관광객들은 몇 사람 보이지 않고 산 위 마을에 사는 사람들만 군데군데 앉아 있다.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 열차는 리기 슈타벨을 지나 종점인 리기 쿨름에 도착했다. 빗줄기는 가늘어져 가랑비로 바뀌고 있었다. 울타리 하나 없이 플랫폼만 달랑 있는 역을 나오면 바로 위에 있는 호텔로 가는 샛길이 나 있다. 이곳에서 보는 경치도 일품이지만 조금만 더 올라가면 리기산 정상이다. 안테나와 삼각점 표지가 있는 리기 산 정상은 해발 1797.5m. 예전에는 이곳에 목조로 된 망루가 있어 일출이나 일몰을 구경했다고 전해지지만 지금은 남아 있지 않다. 산 정상에서 내려다보이는 피어발트슈테터 호수와 루체른 시가는 손에 잡힐 듯이 가깝게 있다. 그러나 비구름에 가려 희미하다. 산 정상에서 조금만 시선을 돌리면 색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말 그대로 파노라마다. 산 아래에서 정상까지 올라오는 등산 열차 길은 비교적 완만하지만 그 반대쪽은 급한 경사이다. 이쪽을 내려다보면 나무 한 그루 보이지 않는 풀밭이다. 1,800m에 가까운 높은 산에서 내려다보는 경치는 뒷동산에 올라 사방을 둘러보는 듯한 아늑함이 있어 색다른 느낌을 얻을 수 있다.
해발 1453m의 칼트바트에서 타고 내려가는 로프웨이는 정말 환상적이었다. 구름을 뚫고 내려가는 로프웨이는 낙하산을 타고 있는 느낌이다. 구름 속에 휩싸여 있다가 갑자기 급강하하는 로프웨이 사이로 언뜻언뜻 보이던 베기스 마을과 피터발트슈테터 호수는 순식간에 눈앞으로 달려오고 있었다. 중세 도시의 고풍스러움이 넘치는 루체른 베기스에서 다시 루체른으로 돌아오는 길은 스위스 역사상 특히 의미 깊은 지역이기도 하다. 전설상의 스위스 건국의 아버지 윌리엄 텔이 활약했던 무대로 알려져 있고, 악덕 관리 게스라를 쏘았던 북단의 퀴스나흐트가 위치하고 있다. 피터발트슈테터 호수 남동쪽에는 붙잡혔던 윌리엄 텔이 탈출한 지지콘이 있고 윌리엄 텔 부자의 동상이 세워져 있는 알트도르프 등 호반의 마을들은 그와 관계되는 명소로 이어져 있다. 그러한 옛도시와 마을을 한 바퀴 돌아 악센 가도를 달려 보는 것도 홍미 깊은 여행이다. 이러한 호반의 지역은 실제로 스위스 최초의 3개 주가 연합하여 1291년에 합스부르크가의 지배하에서 독립한 스위스 연방의 발상지이다. 루체른은 중세의 모습을 간직한 조용하고 아름다운 도시이다. 벽화가 그려져있는 옛 주택가, 꽃으로 단장한 카펠 다리, 고딕 양식의 호프 교회와 오래된 무제크 성벽에 둘러싸인 구시가지 등 스위스를 대표하는 역사적인 유산도 많다. 옛날에는 로이스 강의 작은 어촌이던 이곳이 8세기에 베네딕트파 수도원인 장크트 레오데가르 가 세워지자 마을은 번창하기 시작하여, 13세기에 장크트 고타르트 고개가 개통되면서 라인 강의 상류지방과 이탈리아를 연결하는 상거래의 요충지로 발전해 갔다. 윌리엄 텔이 신성 로마 황제 루돌프 1세의 악정에서 농민들을 구해 냈다는 전설도 이러한 시대 배경 아래 생겨난 것이다. 루체른은 작은 도시이기 때문에 걸어서 구경하기로 했다. 먼저 루체른 역 광장에서 출발하여 상점과 은행, 영화관 등이 늘어서 있는 필라투스 거리를 중심으로 한 신시가지를 둘러본 후 로이스 강과 무레크 성벽 사이에 있는 구시가를 거쳐 호프교회에서 파노라마관을 거쳐 라이온 기념비까지를 도보 일정으로 잡았다.
다리 위에서의 주변 경치를 한동안 즐긴 다음 구시가로 들어갔다. 구시가에서 가장 유명한 볼 거리는 무제크 성벽. 루체른 시가지 보호벽인 무제크 성벽은 예전에 루체른을 둘러싸고 있었지만 지금은 구시가의 북쪽에 900m정도만을 남겨 놓고 있다. 탑 내부의 어둠침침한 좁은 계단을 올라가면 중세의 세계로 되돌아간 기분이 든다. 성벽 위에서는 로이스 강을 사이에 둔 루체른의 번화가, 그리고 반대쪽의 신록이 우거진 주택가 등이 평화로워 보인다. 로이스 강에서 탑의 8번째 계단을 내려가자 뢰벤 광장이 나왔다. 이곳 코너에 파노라마 관이 있고, 그곳에서 호수와 반대 방향으로 걸어가면 라이온 기념비와 빙하 공원 등 볼만한 곳이 계속 이어진다. 라이온 기념비는 이국에 묻힌 스위스 용병의 위령비로 빈사 상태의 라이온이 가로누워 있다. 흔히 '빈사의 사자상'이라고 불리는 이 석상은 1792년 8월 10일, 파리의 튈리르 왕궁에서 루이 16세 일가를 몸으로 지켜 주다 전멸한 786명의 스위스 용병을 기념하여 세워진 것이다. 지금은 세계적인 부국으로 자리잡고 있지만 수백 년에 걸친 가난의 터널에서 외국에 용병을 보내 벌어 온 돈으로 연명했던 스위스의 아픈 과거가 남아 있는 현장이다. 덴마크의 조각가 토르발센이 디자인한 이 석상은 괴로운 듯한 표정으로 가로누워 있는 라이온 옆에는 부러진 창과 십자의 마크가 들어 있는 방패가 보인다. 중세의 모습이 그대로 간직된 호반의 도시 루체른. 태고의 스위스가 보이는 빙하 공원이나 손쉽게 갈 수 있는 루체른의 전망대 귀치, 매주 화요일과 토요일의 아침 7시 무렵부터 로이스 강 부근의 반호프 거리에서 열리는 꽃 시장, 매주 토요일에는 슈프로이어 다리의 신시가 쪽에서 열리는 벼룩 시장 등이 있어 다양한 즐거움을 주는 곳이다. 거리마다 넘쳐 나는 이국적인 정서와 다양한 풍경이 한 폭의 그림처럼 다가오는 루체른 도보 여행. 잊을 수 없는 추억의 순간이었다. |
[펌글]
2004년도에 루쩨른에 들렀던 기억이 새로워 이 곳으로 옮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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