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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건축비 3.3제곱미터 당 600만원, 5개월 만에 뚝딱

건축비 3.3㎡당 600만원, 5개월 만에 뚝딱

매경이코노미 | 입력 2011.06.18 11:31

# 지난여름 모 대학 교수인 권 씨(45)는 단독주택을 짓기로 결심했다. 지난 10년간 아파트에서 생활하면서 답답함을 많이 느꼈다. 영국 유학 시절 주택생활이 그리워졌다. 단독주택을 지을 만한 곳을 알아보니 판교신도시가 제격이었다. 서판교 쪽 자연환경이 맘에 들어 운중천 인근 부지를 매입했다. 믿을 만한 시공업체에다 맡겨 놓으니 5개월 만에 '뚝딱' 주택 한 채를 지었다. 목구조라 밑에서부터 데워지다 보니 집 안이 아늑하고 따뜻했다. 외풍도 없었다. 겨울철 난방비도 생각보다 많이 나오지 않았다. 오히려 아파트에 살 때 난방비가 더 많이 나왔다. 난방비로 30만~40만원은 절약할 수 있었다.

 

 

 

↑ 서판교 일대 단독주택 부지에서는 에너지 효율을 높인 주택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그동안 단독주택은 외풍이 심하고 에너지 손실이 크다는 이유로 외면을 받기 일쑤였다. 난방비 부담에 허리가 휠 정도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대통령까지도 에너지 절감 주택에 대해 강조하고 나섰다. 지난해 5월 국가건축정책위원회 회의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일본에선 땅값 빼고 3.3㎡당 300만~400만원 정도 건축비를 들이면 에너지를 70%까지 절감할 수 있다고 한다. 비용을 좀 더 추가하면 100% 에너지를 자체적으로 충당할 수 있다고 들었다"고 언급했다.

실제 우리나라 건물의 에너지 사용량은 일본에 비해 2.6배, 독일의 저(低)에너지 건물에 비해 최소 5배 이상의 에너지를 소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정부 정책과도 관련이 있다. 우리나라는 이제야 그린홈 실증단지를 만든다고 하지만, 외국에서는 이미 패시브하우스(Passive House, 잠깐용어 참조)가 보급 단계에 들어선 것.

그중에서도 독일은 가장 앞선 국가로 꼽힌다. 20년 전부터 패시브하우스를 도입했다. 독일 정부는 건물 부문이 전체 에너지 사용량의 40%를 차지하고 있음에 주목하고 패시브하우스 보급 확대 정책을 펴왔다. 일례로 효율적 난방 시스템과 단열재 등의 에너지 절감 부문에 금융 지원을 해줄 뿐 아니라 환경마크 인증(Blue Angel) 시행 등을 통해 친환경 주택 건설을 유도해왔다. 주택의 개·보수 시에는 세액공제 혜택도 부여했다. 2007년 프랑크푸르트에서는 신축 주거용 시설은 무조건 패시브하우스로 건축하도록 법제화했다. 2009년부터는 독일 전역으로 확대했다. 새로 건물을 지을 경우 패시브하우스와 같이 완벽한 단열로 단위면적당 사용하는 에너지를 줄이거나 난방과 온수에 사용되는 에너지의 15% 이상을 신재생에너지로 충당하도록 한 것.

남향 건물에 3중 특수 유리창 내면 에너지 소비 크게 줄어

한국 정부도 앞으로 에너지 절약 주택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되는 시대가 올 것임을 대비해 지난해부터 창호, 벽 등의 단열 성능 기준을 강화했다. 올해 들어서는 그린홈 실증단지 조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기존 주택보다 에너지 소비량을 70% 이상 줄일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춘 것.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2008년 국내 에너지 총 소비량의 25%는 빌딩, 아파트 등 건축물에서 소비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 중 가정용 주택이 54%를 차지한다. 정부는 그린홈이 정착될 경우 가정용 주택 에너지 총 소비량의 20~30%를 감축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렇다면 실제 에너지 소비량을 어떻게 줄일 수 있을까. 도은진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건물을 남향으로 배치하고 지붕이나 벽, 바닥에 단열제가 내장된 30㎝에 달하는 두꺼운 벽체를 설치함으로써 외부 온도로부터의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다. 특히 외부로 열을 빼앗기는 주범인 유리창의 경우에는 가스가 들어간 3중 특수 유리창을 활용한다. 또한 특수 환기시스템을 사용해 외부와의 공기 순환 시에 열이 빼앗기는 것도 막을 수 있다. 이렇게 한다면 기존 주택과 비교해 최대 90%까지 에너지 절감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정부 노력에 힘입어 업체들도 에너지 효율을 높인 단독주택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특히 중소업체들이 난무한 단독주택 시장에 대기업이 진출하면서 에너지 효율 쪽을 각별히 신경 쓰는 분위기다.

조립식주택 건설업체인 SK D & D는 그동안 에너지 효율에 취약했던 단독주택에 에너지 절감형 기술을 적용했다. SK D & D의 단독주택 브랜드 '스카이홈'은 기본 골조와 전기배선 등 전체 공정의 80%가량을 공장에서 사전 제작한 후 현장에서 조립과 내·외장 공사를 하는 모듈러(modular) 공법으로 시공된다. 이 과정에서 건축자재 오차 기준을 약 3배 이상 강화하고 고성능 단열재와 고효율 창호, 재활용이 가능한 자재 등을 사용해 일반 아파트에 비해 열효율을 약 50%나 높였다. 모듈러 구조로 시공할 경우에는 3.3㎡당 500만원대의 건축비가 들어간다. 철근콘크리트 구조는 모듈러보다 약간 비싸다. 3.3㎡당 600만원대.

윤재혁 SK D & D 스카이홈사업본부 과장은 "최근 단독주택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에너지절감형 단독주택에 대한 수요자들의 니즈도 커지고 있다"며 "여름에는 덥고 겨울에는 추워 막대한 냉난방비가 소요되는 기존 단독주택의 단점을 보완하고자 3중창을 사용하는 것뿐 아니라 태양광, 지열 등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한다"고 전했다.

목조주택 월 난방비 30만원

동화홀딩스 자회사 동화SFC하우징도 목조 단독주택을 공급하고 있다. 일본 주택전문기업인 스미토모임업과 공동출자해 만든 회사로 목조 건축에 있어서는 상당한 기술력을 자랑한다. 목구조 주택의 장점은 습도 조절과 단열 성능이 뛰어나다는 것. 우선 나무는 겨울에는 수분을 내뱉고 여름에는 흡수하는 성질을 지녀 실내 공기를 쾌적하게 유지해준다.

이뿐 아니다. 여름에는 바깥 더운 공기나 지열을 차단해주고, 겨울에는 따뜻한 실내 온기를 빠져나가지 않게 해주는 특징이 있다. 난방비를 보면 목조주택의 우수성을 확인할 수 있다. 보통 스틸하우스가 50만~60만원, 콘크리트 주택이 50만~70만원 정도 난방비가 나온다면, 목조주택은 30만원 선이면 충분하다. 실제로 미국, 캐나다, 유럽, 호주 등지에서도 매년 신축되는 주택의 80%가 목구조다. 임석호 동화SFC하우징 사업부문장은 "목조주택은 단열 성능이 뛰어나 난방비를 줄이는 데 큰 역할을 한다"며 "기존 목조주택과 비교해서도 60%가량 에너지를 절감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고 말했다.

동화SFC하우징에 시공을 맡길 경우 건축비는 3.3㎡당 600만원 선. 고급 자재를 사용할 경우 800만원까지 치솟기도 하지만 목조주택의 우수성을 높이 평가한 소비자들이 지속적으로 관심을 표하고 있다. 현재 판교신도시에 지어진 217개 단독주택 중에서 동화SFC하우징이 공급한 주택은 23동. 공사 기간도 그리 길지 않다. 착공부터 완공까지 평균 135일밖에 걸리지 않는다.

에너지 절감 주택 건축비, 3.3㎡당 50만원 더 들어

에너지 절감 주택의 취지는 좋지만 비용 부담이 크다면 쉽사리 결정하지 못할 수도 있다. 에너지 절감 주택 건축비는 단열공사 때문에 일반 주택보다 3.3㎡당 50만원 정도 더 소요된다. 총면적 165㎡ 주택을 짓는다고 가정하면 2500만원이 추가 비용으로 드는 셈. 비용이 만만치 않다. 냉난방비 절약만 생각해서는 도저히 수지타산이 맞질 않는다.

그러나 독일 패시브하우스 연구소에 따르면, 패시브하우스가 개발에서 보급 단계로 접어들게 되면 초기 투자비용이 크게 줄 수 있다고 전한다. 최근에는 일반 주택 대비 10% 미만의 추가 비용을 부담하는 것만으로도 패시브하우스를 지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에너지 절감 주택은 이제 대세다. 정부는 내년까지 냉난방 에너지의 50%를 절감하고 2025년에는 제로에너지 건물을 의무화했다. 또 친환경 건축물 인증을 받은 건물은 세제 감면, 건축기준 완화 등의 인센티브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도은진 연구위원은 "현재 우리나라 전체 단독주택 중 단열규정이 적용되지 않았던 1980년 이전에 지어진 주택이 36%를 차지한다. 앞으로 이들 주택을 개·보수할 경우 정부에서 정책적으로 지원을 서두를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잠깐용어
패시브하우스

난방을 위해 외부에서 에너지를 공급하거나 열을 발생시키지 않아도 되는 건물을 뜻한다. 기존 주택이 보일러나 에어컨 같은 냉·난방기기와 조명기기를 활용해 인위적으로 온도와 밝기를 조절해온 데 대한 반대개념으로 최대한 에너지를 사용하지 않고 자연적으로 조절하겠다는 의미에서 나온 말이다.

[김헌주 기자 donga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611호(11.06.22일자)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