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스키는 설령雪嶺을 타는 스노 스키보다 나은 점이 있다. 스노 스키는 산 밑으로 내려가면 서게 된다. 수상 스키는 보트가 끄는 로프에 달려 가기는 하지마는 그런 제한은 받지 않는다. 앞에서 달리는 모터 보트는 전차戰車를 끌고 달리는 그리스의 준마駿馬와도 같다.
내가 젊은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면, 장고를 메고 '놀량'을 한번 불러 보겠다. 왈츠를 밤새워 추어 보겠다. 그러나 어떤 호강보다도 우선 여름 바다에서 수상 스키를 타 보겠다.
젊었을 땐 여름이면 산으로 갔었다. 그때 나의 다만 하나의 사치는 금강산에 가는 것이었다. 외금강이 생리에 벅차서 늘 내금강 품안을 찾아갔다.
그리고 편한 대로 장안사長安寺 근방에 숙소를 정하였다. 매일 전나무 그늘에서 책을 읽다가 지루하면 표훈사表訓寺를 지나 만폭동萬瀑洞까지 올라갔다.
목이 마르면 엎드려 시내에 입을 대고 차디찬 물을 젖 빨듯이 빨아 마셨다. 구름들이 놀다가 가는 진주담眞珠潭 맑은 물을 들여다보며 마냥 앉아 있기도 했다.
근년에는 여름이면 바다로 가고 싶다. 내 자신 파도를 타기에는 이미 늦었으나, 바다에는 파도를 타는 젊은이가 있을 것 같다. 모터보트가 속력을 내기 시작하면 로프 잡은 팔을 내뻗고 무릎을 약간 굽힌 채 가슴과 허리를 펴고 앞이 들린 스키로 파도를 달리는 스키어가 보고 싶다. 물보라가 보고 싶다. 수상 스키를 못 보더라도 바다에 가고 싶다.
양복 바지를 걷어 올리고 젖은 조가비를 밟는 맛은, 정녕 갓 나온 푸성귀를 씹는 감각일 것이다.
===============2009년 03월 18일 저녁 9시 21분에 옮겨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