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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흔적*;;* /My Story ▦

소록도에서 베토벤의 운명을 듣다!

 5월 5일, 어린이날..

소록도에서는 블라디미르 아슈케나지가 지휘하는 런던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와 조용필의 공연이 있었다.

어찌어찌 하여 표를 구하여 큰 딸, 막내 동생, 조카와 함께 다녀왔다.

공연은 2시부터인데 막내 동생과 만나서 가다보니 일찌감치 출발하게 되었다.

마침 어린이날이라서 도심을 빠져나가는 차들과 합류가 되어 교통상황이 복잡한 걸 보니 일찍 출발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에서 소록도 까지는 차로 1시간 반 쯤, 가는 길 양쪽에 펼쳐지는 초여름 풍경은 아름다웠다.

이제 피어난 신록의 연두빛은 가슴을 설레게 만들고, 곳곳에 무리지어 피어있는 연산홍과 봄꽃은 어여쁜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비가 올지도 모른다는 아침의 우려를 말끔히 잠재우듯 햇빛이 나고, 나들이 하기에는 참으로 좋은 날씨였다.

 

녹동항구에 도착하니 점심을 먹기에 이른 시간이었다.

예정으로는 녹동에 도착해서 점심을 먹고 소록도로 들어가려고 했었는데, 막내 동생이 바쁜 마음에 서두른 탓인지 너무 일찍 도착한 것이었다.

느린 속도로 항구 주변을 드라이브 하였다.

항구 주변은 생각보다 조용하였으며, 봄빛으로 물들은 소록도를 푸른 바다가 감싸안고, 멀리 육지와 소록도를 연결하는 소록대교의 웅장하고 멋진 모습이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항구보다 훨씬 위쪽으로 뻗어 있었다.

 

 

                

 ▲강점기 때 일본인 원장의 동상이 있던 자리                                          ▲공원의 일부

 

 

점심을 마치고서 소록대교를 건너 공연시간보다 일찍 소록도에 들어갔다.

한센인들의 피와 땀으로 이루어진 소록도 중앙공원을 산책했다.

손과 발이 성치 않았던 한센병 환자들이 조성했다고는 도저히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깨끗하고도 아름다운 모습이다.

잘 관리된 잔디밭에는 소나무를 비롯해서 여러 종류의 나무와 꽃이 어우러져 꽃동산을 이루고 있었다.

소록도는 일제 강점기에는 한센병 환자들을 강제로 분리 수용하기 위한 수용시설로 사용되었으며, 한센병 환자들이 강제 노동과 인권침해를 당하였던 곳이다.

당시의 한센병 환자들의 수용생활의 실상을 짐작하게 하는 감금실과 자료관, 검시소 등이 있어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으며, 여러 단체로부터 자원봉사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그 중 한 사람인 로더미어 자작부인의 이 곳과의 인연으로 오늘의 공연이 성사되었다.

로더미어 자작부인은 재일동포 2세로서 영국의 로더미어 자작과 결혼하였으나, 남편과의 사별이후에  Lady R Foundation을 설립하고 영국의 찰스 왕세자의 후원을 받아 아프리카 케냐와 동남아 동티모르 등지에서 구호, 봉사, 문화나눔 활동을 펼쳐왔으며, 2004년부터 소록도 병원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그녀의 제안으로 런던필의 지휘자 아슈케나지와 조용필씨가 무료로 출연하게 되었다고 한다.

 

 

 

         

      ▲ 중앙공원의 구라탑                                                                ▲ 소록도에서 헌신한 벨기에 의사와 간호사를 위한 공덕비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우레와 같은 박수소리 속에서 입장하고, 성우 안경진씨가 한하운 시인의 보리피리를 낭송하면서 분위기는 한껏 고조되었으며, 찰스왕세자의 영상메시지에 관객들은 모두 환호하였다.

이윽고 블라디미르 아슈케나지의 지휘로 오케스트라의 베토벤 운명교향곡의 연주는 시작되었다.

익숙한 곡이었으나 강렬한 음으로 시작된 연주는 감성의 언저리 부분을 간지럽히듯 잔잔하게 물결치다가, 때로는 소용돌이치는 웅장함으로 내 속에 파고들며 감성을 뒤흔들어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이 공간의 많은 사람 중 하나임이 감사했고, 훌륭한 연주는 감동에 복받치게 했다.

한센병이라는 운명아닌 운명에 이끌려 슬프고도 비참한 인생을 살아온 환자들에게 위로와 감동이 되었으리라..

 

조용필씨의 열창에 이어, 로더미어 자작부인의 감사인사가 이어졌고, 런던 필하모니아는 아리랑을 연주했다.

누구랄 것도 없이 하나가 되어 아리랑을 합창했다.

목까지 차오른 감동에 목이 메어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꾸역꾸역 감정을 억누르고 아리랑을 함께 불렀다.

또 눈물이 흘렀고, 행복감이 온 몸을 물들였다.

모두가 사랑과 평화를 온몸으로 느끼는 행복한 시간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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