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화상 산모퉁이를 돌아 논가 외딴 우물을 홀로 찾아가선 가만히 들여다봅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습니다. 그리고 한 사나이가 있습니다. 어쩐지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가엾어집니다. 도로 가 들여다보니 사나이는 그대로 있습니다. 다시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그리워집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고 추억처럼 사나이가 있습니다. 서시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새로운 길 내를 건너서 숲으로 고개를 넘어서 마을로 어제도 가고 오늘도 갈 나의 길 새로운 길 민들레가 피고 까치가 날고 아가씨가 지나고 바람이 일고 나의 길은 언제나 새로운 길 오늘도...... 내일도...... . 내를 건너서 숲으로 고개를 넘어서 마을로
스물아홉의 젊은 나이로 일본의 후쿠오카 감옥에서
마감한 짧으면서도 치열한 시인의 삶에 의해 더욱 돋우어졌으니
실제로 그 무렵 시를 외거나 들으면 숨막힐 것 같은 어둠이 조금은 걷히고
앞이 부옇게나마 밝아 오는 것 같은 느낌이 들곤 했엇다.
또한 이 시에 넘치는 깨끗한 젊음과 개결한 의지도
독자들을 사로잡는 요인이 되었다
--시인 신경림--
"
동주야 - 문익환 - 너는 스물아홉에 영원이 되고 나는 어느새 일흔 고개에 올라섰구나 너는 분명 나보다 여섯달 먼저 났지만 나한텐 아직도 새파란 젊은이다 너의 영원한 젊음 앞에서 이렇게 구질구질 늙어가는 게 억울하지 않느냐고 그냥 오기로 억울하긴 뭐가 억울해 할 수야 있다만 네가 나와 같이 늙어가지 않는다는 게 여간만 다행이 아니구나 너마저 늙어간다면 이 땅의 꽃잎들 누굴 쳐다보며 젊음을 불사르겠니 김상진 박래전만이 아니다 너의 '서시'를 뇌까리며 민족의 재단에 몸을 바치는 젊은이들은 후꾸오까 형무소 너를 통째로 집어삼킨 어둠 네 살 속에서 흐느끼며 빠져나간 꿈들 온몸 짓뭉개지던 노래들 화장터의 연기로 사라져 버린 줄 알았던 너의 피묻은 가락들 이제 하나 둘 젊은 시인들의 안테나에 잡히고 있다.
출처 : 이제 부터 시작되는 人生만 바라보자
글쓴이 : 홀씨 원글보기
메모 :
' *;,,;*스크랩 북*;;* > 문학 미술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D에게 보낸 편지 - 앙드레 고르 (0) | 2009.12.02 |
---|---|
[스크랩]제인 오스틴 (0) | 2009.12.02 |
[스크랩]까미유 끌로델 (0) | 2009.11.13 |
[스크랩] 까미유 끌로델 (펌) (0) | 2009.11.13 |
[스크랩] 로트렉, 몽마르트르의 빨간 풍차 (0) | 2009.11.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