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의 태양이 두 번째로 뜨는 날이다.
별다른 감회없이 새해를 맞이했다.
남들은 일출을 보러 어디를 간다, 새해에는 어떤 일을 해보겠다 하지만, 난 내세울만한 각오도 생각도 없이 새해 태양을 맞이했다.
온 가족이 건강하고, 아이들이 자신의 일을 스스로 잘해준 것이 고맙고, 올해도 그렇게 지냈으면 하는 소박한 꿈이 있을 뿐이다.
새해를 이틀 앞두고 큰 딸의 2차 시험 발표가 있었다.
본인이 열심히 하기도 했고, 운도 따라줘서 좋은 점수로 합격했으니 여간 기쁘지가 않다.
딱히 별다른 생각없이 새해를 맞이하게 된 것도 어찌 보면 큰 딸의 합격으로 인한 기쁨의 여운에서 벗어나지 못해서였지 않나 싶다.
조금더 일찍 태어났더라면 그 고생 하지 않고 쉽게 선생님이 되었을 것을.......
아니면 자신의 출신교대가 있는 지역으로 지원만 했더라도 이미 교사의 길을 걷고 있을 것을....
요즘 임용고시(임고)는 그야말로 '고시'다.
최근 임용고시를 준비하는 아들딸을 둔 부모면, 그 길이 쉽지 않다는 것을 뼈아프게 느끼고 있을 것이다.
더구나 지원한 지역이 졸업한 지역과 다를 경우에는 높디높은 지역가산점의 벽을 넘어야만 한다.
자신이 받을 수 있는 지역가산점을 포기하고 서울을 지원한 우리 아이에게는 지역가산점이 큰 부담이 되고 있다.
서울교대 졸업자들에게 8점이라는 큰 지역가산점을 주기 때문인데, 1차 시험문제 한 문제당 교직은 0.6점, 전공에서는 1.4점인 것을 감안하면 8점의 지역가산점은 지방교대생들에게 극복하기 어려운 산맥과 같은 점수가 된다.
더구나 잘한다는 아이들이 입학하는 서울교대가 아닌가,
우리 아이는 지방교대를 나와서 3년 째 서울로 도전하고 있는데, 나름대로 서울에서의 꿈이 있기에 꼭 서울로만 가야한다고 고집하고 있다.
내 자식이 꿈을 이루고자 서울로 지원한다는데 어찌 마다하겠는가..
할 수 있는 지원은 다 하겠다 하고, 우리 아이는 힘든 공부를 계속하고 있다.
청춘.......20대 중반의 젊음을 골방같은 독서실에서 책과 씨름하며 보내고 있는 것이다.
물론 꿈을 이루기 위한 과정이기에 아이는 스터디도 하면서 독하게 공부를 하고 있지만, 옆에서 지켜보는 부모로서 늘 측은한 마음이 든다.
취업란이라는 말은 이제 우리에게 익숙한 단어가 되었을만큼 젊은이들의 취업은 하늘의 별따기가 되었다.
단순히 생각하면, 대학 졸업 후 취업을 위한 과정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학창 시절 동안 대부분 우등생으로 살아온 교대생들에게 임용고시를 준비하는 과정은 그 동안 경험하지 못했던 심한 절망감과 패배감을 안겨주기도 하고, 때로는 스스로를 피폐하게도 한다.
임용고시라는 것이 공부를 많이 한다고 해도 방대한 범위때문에 고득점을 약속받을 수도 없는데다가(물론 고득점이 될 가능성은 커진다지만), 더러는 운도 작용할 뿐만 아니라, 어느 고사실에서 시험을 치르느냐에 따라(감독관마다 채점기준이 똑같을 수 없으므로) 점수의 차이가 날 수도 있기 때문에 공부를 하고 있는 수험생이나 수험생을 지켜보는 학부모는 '합격'이라는 결과를 보기 전까지는 단 하루도 마음 편할 날이 없는 게 가슴아픈 현실이다.
작년부터 시험은 1차부터 3차까지 치러지고 있는데, 1차에서는 객관식 지필고사를, 2차에서는 전공과 교육과정에 관한 논술을, 3차에서는 수업시연은 물론이고, 지도안을 작성하는 것과 면접, 심층면접, 영어면접, 영어수업 시연 등...힘든 과정이 포함되어 있다.
1차시험에서 당락이 결정되기까지는 3 개월 정도 걸리는데, 임용고시 준비생들은 이 기간을 피가 마르는 고통 속에서 보내게 된다.
물론, 임고생을 둔 부모도 마찬가지다.
오늘 아침에는 스터디할 장소까지 아이를 데려다 주고 왔다.
작년에 혼자 재수할 때보다 비슷한 처지에 있는 친구들과 스터디하며 보내는 올해는 힘들기는 해도 즐겁다며, 재수의 경험이 앞으로의 인생을 사는 동안에도 좋은 약이 될 것같다고 말하는 아이를 보면 참으로 대견스럽다.
우리 아이는 합격하고 나면 가장 먼저 하고 싶은 일이 이모집에 놀러 가는 일이라 한다.
해외여행을 가겠다는 것도 아니고.......참..
자존심 강한 아이가 있어야 할 자리를 정하지 못해 얼마나 마음 속으로 고통받았을지를 생각하면 가슴이 먹먹해진다.
가끔 용돈도 주고 전화와 문자로 용기를 주는 이모 집에 당당하게 놀러 가보고 싶은 그 작은 꿈이 올해는 꼭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그리고 세상 속으로 나아가 본인이 원하는 꿈을 꼭 이루었으면 한다.
임고를 준비하는 모든 아이들과 그 부모들에게도 꿈이 이루어지길......
' *;,,;*삶의 흔적*;;* > My Story ▦'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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