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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흔적*;;* /My Story ▦

나에게는 터울이 여섯 살이나 되는 두 딸이 있다.

외모에서부터 식성, 성격, 좋아하는 것 등..모든 면에서 다 다르다.

같은 부모에게서 태어난 두 딸이 어쩌면 그렇게도 다른지 생각할수록 미스테리이다.

 

직장생활을 한다는 이유로 제대로 챙겨주지 못했었지만 큰 아이는 어려서부터 자기가 해야 하는 일은 대부분 스스로 해왔었다.

방학이 되면 스스로 방학 숙제를 차근차근 해결하는 것은 물론, 틈틈이 책도 많이 읽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간혹 아이에게 필요한 책이나 학습내용이 있으면 권해보는 게 고작, 마지막 결정은 딸이 했으며 난 언제나 딸의 결정을 존중하였고, 딸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를 자주 나누었다.

그렇게 큰 딸은 주체적으로 공부를 했고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과외라고는 수학과외를 다섯 달 동안 했던 것이 전부였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는 중간쯤 하던 성적이 차츰 좋아져서 중고등학교를 다닐 때는 상위권을 유지했다.

생각해보면 어려서부터 책을 많이 읽었던 것이 여러 면에서 도움이 된 듯 하다.

글을 읽지 못하는 어린 아이 때는 테이프로 읽어주다가 글을 깨우친 후로는 본인이 직접 읽도록 하였다.

특히 잠자기 전에는 머리맡에 라디오를 두고 이야기테이프를 들려주었던 것도 아이에겐 좋은 기억으로 남았다고 한다.

 

 

가끔은 다른 극성 엄마들처럼 내가 적극적으로 뒷바라지를 해주지 못한 부분에 대해 후회할 때가 많다.

큰 아이는 의대 진학을 목표로 했었지만 수능성적에 맞춰 교대 쪽으로 진로를 바꿔야 했었기 때문이다. 

아이도 말하길 대학에 들어가서도 2년 정도는 재수를 하지 않았던 것에 후회를 많이 했다고 한다.

그런 이유로 방황도 하고 대학교 공부가 손에 잡히지 않았다고 하니, 그런 말을 들을 때면 뒷바라지를 제대로 하지 못한 것 같아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

 

큰 아이는 방황을 마치고 대학교 3학년 때부터는 현실을 직시하고 공부에 매진하여, 내게는 늘 아들같은 든든한 딸이 되어 주었지만 졸업을 앞둔 여름 방학에는 급기야 자신의 몸 조차 가눌 수 없을 정도로 무너져버린 일이 있었다.

그런 아이를 보니 앞이 캄캄하였지만, 그 순간 가장 정신을 차려야 하는 사람은 엄마인 나였다.

한 달 동안 병간호휴직을 내고 아이 뒷바라지를 하면서 비로소 아이와 속내가 통하는 깊은 대화를 처음으로 해보았던 것 같다.

나에겐 늘 든든하기만 했던 그 아이가 얼마나 책임감에 억눌려 살아왔으며, 좋은 딸이 되기 위해 얼마나 부담을 갖고 살아왔는지 알게 되었던 것이다.

 

 

드디어 큰 딸은 힘든 과정을 거쳐 임용시험에 합격을 하고 올해 3월부터는 기간제 교사로 1학기를 보냈다.

여름 방학 때는 유럽으로의 배낭여행을 가겠다며 현지 숙소며 교통편 등을 인터넷을 통해 예약하고 준비하더니 방학을 하자마자 한 달 동안 유럽일대로 배낭여행을 떠났다.

여자 아이 혼자 여행을 보내자니 걱정이 태산이었지만 아이는 아랑곳하지 않고 감행했다.

핸드폰로밍도 여의치 않아 내게는 위험천만한 여행으로 여겨지기만 했었다.

여행하는 동안은 이메일을 통해 서로 소식을 전했는데 한글이 되지 않아 서툰 영어로 답장을 하느라 고생한 기억이 새롭다.

여행에서 돌아오던 날 발령 소식이 전해졌고, 지금은 서울 어느 초등학교의 어엿한 선생님이 되었다.

임용고시의 재수 경험이나 여행에서의 일들이 아이의 남은 인생이나 교직 생활에 도움이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자기 맡은 일을 똑부러지게 해내는 믿음직스런 좋은 선생님이 되어 줄 것이다.

 

가끔은 여행에서 만난 친구들과 만나기도 한다 하더니, 그제는 상암경기장으로 한일전을 보러간다며 들떠 있는 목소리로 전화를 했었다.

올바른 생각과 따뜻한 마음으로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며 자신의 꿈을 위한 아름다운 인생을 보내라고 기도하는 마음으로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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