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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흔적*;;* /My Story ▦

요즈음

 

 

요즈음 내 생활은 무척 단조롭다.

엄마로서 주부로서 꼭 해야 하는 일에만 집중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중이다.

사실 주변으로부터 잠수한지 몇 달 째, 블로그에 내 글을 포스팅하는 것도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무언가 결정이 되지 않은 애매한 시간이 주는 불안감때문에 안정이 되질 않는다.

내 명퇴는 이제 결정이 됐으니 그렇다 치더라도 재수하고 있는 둘째의 대학문제가 결정되지 않아 마음 한 구석이 늘 찜찜하다.

내 의지와는 무관하게 결정이 되겠지만 이렇게 안정이 되지 않고, 따라서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 것은 애매한 순간을 못견뎌하는 못난 내 성격 탓인게 분명하다.

 

그래도 어젠 학교가서 연말정산 자료도 제출하고, 돌아오는 길에 반찬거리도 사서 들어왔다.

오후에는 큰 애의 피부과 치료를 위해 병원에 다녀온 후, 오랫만에 맛사지도 받고, 급히 연락이 닿은 최**후배와 박**선생님과 오랫만에 저녁식사도 하면서 회포를 풀었다.

조개와 쇠고기 샤브샤브에 이어 칼국수로 마무리 하고 두어시간 넘도록 수다를 떨었다.

얘기를 하다보면 요즘은 교사노릇하기 참 힘든 시절이구나 싶다.

자신들이 처한 교육현실에 안타까운 울분을 토로하며 명퇴를 앞둔 나를 부러워하였다.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학기말 업무인 생활기록부 입력에 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최**후배는 독서활동상황에 대해 전혀 기록을 하지 않았다며 금새 근심스런 표정이다.

결국 내가 우리 반 아이들의 독서활동상황을 기록한 내용을 참고하라며 자료를 보내주기로 하였다.

중학교 아이들이 읽는 책이야 거의 뻔한 내용이니 틀만 참고하라는 의미였다.

올해부터 기록하도록 되어있는 독서활동상황 기록에 대해 정말 필요한 일인지, 얼마나 의미있는 일인지 궁금해진다.

아이들이 읽은 책에 대해 기록하는 난인데 과연 아이들을 판단하고 아이들이 앞으로 자라는 동안 어떤 영향과 의미를 줄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아이들이 읽은 책을 단 몇 줄로 적을 뿐인데.....과연 그것이 얼마나 의미있는 일인지....

책을 읽지도 않고 인터넷 검색해서 읽었다고 하면 그것을 어떻게 다 찾아낼 수 있으며, 과연 얼마나 객관성이 확보된 자료라고 볼 수 있을까.

물론 긍정적인 면도 없진 않겠지만 의구심이 드는 것은 별 수가 없다.

 

방학을 한 이후 지금까지 아주 느린 속도로 집안을 정리하고 있는 중이다.

발령이 나서 서울로 간 큰 애 방으로 둘째 짐을 옮기고 둘째 책상은 조카가 쓴다하여 동생 집으로 보냈고, 큰 애 방에 있던 흰색 화장대는 싼값으로 벼룩시장에 내놓아 새주인을 찾아주었다.

햇빛이 잘 드는 둘째 방으로 침대를 옮겼더니 커튼을 걷어 올리면 화단의 나무와 꽃도 보이고 햇볕도 들어 참 잘한 일인것 같다.

침대가 있던 방은 카페트를 깔고 작은 소파를 들여 작은 거실로 만들셈이다.

그 방에는 조그만 티비가 있는데 시어머니가 티비를 보시는 것때문에 가끔은 둘째가 숙면에 방해를 받곤 했는데 이참에 티비와 침대가 분리되었으니 참으로 흡족하다.(둘째는 할머니와 같은 침대를 쓴다.)

식구 몇 안되는데도 티비볼 때는 선호채널이 달라 티비 두 대가 부족할 정도이다.

 

둘째 방으로 침대를 옮겨놓고 보니 전화나 화장품 몇 개 올려놓을 협탁이나 화장대가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어 어제 밤엔 인터넷 쇼핑 사이트를 헤매고 다니면서 후보 상품들을 장바구니에 담아 놓았었다.

오전엔 식탁에 쌓여있던 우편물이며 연말정산을 앞두고 각종 금융기관에서 보내온 명세서들, 홈쇼핑에서 보내온 책자 등을 정리했다.

재활용할 것과 버릴 것, 파쇄할 것, 앞으로 더 볼 것 등으로 구분하던 참에 홈쇼핑 책자에서 맘에 드는 협탁을 보게 되었고 덜컥 주문을 해버렸다.

어젯밤에 그 오랜 시간 고르고 골라서 장바구니에 넣어 두었던 후보 상품들은 일순간에 무의미한 대상이 되어 버린 것이다.

인생이 그런 것이 아닐까....

정말 소중하다 싶어 애지중지했던 대상이 시간의 흐름과 함께 무의미한 것이 되어버릴 수도 있다는 것.

우리 인생에서 시간의 흐름과 관계없이 늘 소중한 가치를 지닌 대상은 무엇일까.

가족들간의 끈끈한 정, 사랑....

친구와의 우정..

남을 위한 배려...

그리고 또 어떤....?

 

언젠가 퇴근 길에 라디오에서 들려온 멘트를 듣고 깨달은 것이 있다.

여행을 떠날 때 필요하겠지 싶어서 가져간 물건이 여행하는 내내 짐이 되기도 한다는...

우리 인생을 여행에 비유해 본다면, 내 인생에 짐이 되고 있는 불필요한 물건들이 참 많다는 생각에 이른 것이다.

요즘은 그 짐을 덜어내고 있는 참이었는데, 생각과는 또 다르게 짐을 만들어버렸다.

생각과 행동이 일치되지 않는 것이 또 인생인 것일까!!

그렇다 하더라도 정말 필요치 않은 것들을 두고두고 정리할 참이다.

 

번잡하고 바쁜 현실을 관망하듯 보내는 요즘도 나쁘진 않다.

거의 매일을 집에만 틀어박혀 우백(우아한 백조)으로서 아름다운 비상을 위한 느린 삶을 보내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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