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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흔적*;;* /My Story ▦

톱질

오늘은 석가탄신일이자 기나긴 연휴의 마지막날이다.

봄장마라 하던가, 아침엔 비가 오나 했더니 낮엔 햇님이 방긋, 지금은 후텁지근한 것이 장마철 날씨와 많이 비슷하다.

어버이날이라고 내려왔던 큰 아이가 가고나니 집 안이 더욱 조용한 듯 하다.

 

화단의 꽃이 예뻐서 사진을 찍다가, 큰 아이가 쓰던 책상이 휑한 게 싫어 벼룩시장에 내놓을 요량으로 사진을 찍었다.

어느 까페의 벼룩시장에 글을 올리고 책상을 정리하다보니 서랍 속에서 꽤 많은 학용품들이 나온다.

그 학용품 정리하려고 서재 책상 서랍의 헝겊을 박스에 넣어 서재 뒤 창고에 넣으려고 보니 진작부터 하고싶은 일이 생각났다.

서랍 정리하던 것은 뒷전이고, 창고에 있던 널찍한 판자를 가져다가 난생 처음으로 톱질을 시작했다.

'쓱쓱싹싹~~' 혼자서 하는 톱질이 쉽진 않지만, 남편은 이미 친구를 만나러 나갔던 터라 혼자서 할 수 밖에 없었다.

무슨 일을 하다가도 새로운 일 보이면 그 전에 하던 일은 잊는 게 나의 단점이다.

어쩌면 장점일까?!

 

다 잘라진 판자를 창고에 가로질러 설치하려니 조금 크게 잘라진 듯 하다.

치수를 잘못 쟀는지, 아니면 자르면서 방향이 틀어졌는지 알 수는 없지만...

곰곰히 생각하다가 망치를 가져왔다.

일단 판자를 비스듬하게 가로지른 상태에서 밑 쪽을 망치로 두들겼다.

판자는 제 위치를 잡나 했더니 고정이 되어서 오히려 아래쪽에 무얼 받치지 않고도 물건을 수납할 수 있게 되었다.

오히려 조금 크게 자르길 잘한 셈이다.

 

세상 일이 그렇다.

조금 전만 해도 커서 걱정이었는데, 지금은 컸던 게 다행스러운 일이 된 것이다.

세상을 살다보면 무엇이 잘된 일인지 당장은 알 수 없을 때가 있다.

그러므로 어떤 상황에서도 잘 풀리리라 믿으면 믿는대로 이루어질 것이다.

 

날씨는 후텁지근하고, 땀도 나지만 판자 하나 가로질러 놓으니 창고 정리가 아주 말끔해져서 기분이 참 좋다.

 1주일 정도의 연휴 동안 서울에 있는 큰 애 집에도 다녀오고, 고향에 모신 엄마 아버지 산소에도 다녀왔다.

오빠 식구들도 만나고, 내려와서는 큰 아이와 보낸 시간이 흐뭇했다.

알차게 잘 보낸 연휴여서 내일 출근이 오히려 기다려진다.

 

 

▽공구함 속에서 찾아낸 작은 톱으로 톱질은 시작되고.....

         

 

 

▽ 가장 아래쪽의 판자가 오늘 만든 것

 

 

▽바닥에서부터 높이가 높아 공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가 없었는데,

이 판자 하나 가로질러 놓으니 위 아래로 공간이 분리되어 물건 정리 하기에 효율적인 구조가 되었다.

내친 김에 재봉틀이랑 헝겊이 들어있는 박스랑 정리하고 다시 한 컷!!

고거 하나 더해넣었더니 물건 수납이 제대로 되네.  

 

 

▽창고 가리개 역할을 하고 있는 우드블라인드.

공기가 통해서 겨울 철에는 창고내부에 곰팡이가 생기는 걸 방지할 수 있어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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