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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흔적*;;* /My Story ▦

제자의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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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겨울들어 가장 추운 날, 창 밖엔 사나운 겨울 바람이 나무를 거세게 흔들고 있다.

특별한 스케쥴도 없이 집 안 깊숙히 들어오는 햇살 받으며 여유를 누리던 중 초인종 소리에 놀라 정신을 차렸다.

나가 보니 스티로폼 박스에 잘 담겨진 선물~!!

 

정성스런 선물을 보내준 이는 그간 sns를 통해 소식을 자주 전하고 지낸 정많은 첫 제자이다.

어느 덧 40대 중반을 넘긴 제자와 안부를 묻고 때로는 좋은 글로 힐링도 주고받으니 가끔은 막냇동생같은 생각마저 드는 친구이다.

 

유자로 유명한 고흥땅이 첫 부임지라 작년에 이어 올해도 유자차 뿐만 아니라 직접 뜨개질해서 만든 수세미와 향초를 보내 왔다.

베푼 것은 없는데 받기만 하고 있으려니 미안한 마음도 들지만 아주 잘못 살지는 않았나 싶은 생각이 들게 됐으니 더욱 고마운 제자이다.

 

첫 발령을 받은 해가 1983년, 그 때 처음 만난 제자들이 중1이었는데 어떻게 하다보니 3년 동안을 내리 가르치게 되었고, 함께한 시간이 긴데다가 가장 순수한 열정을 품고 지내던 때여서 첫 부임지에서의 아이들은 가장 기억에 남는 제자들이 되었다.

그 후로 30년 가까운 교직생활 동안 때로는 현실과 타협하기도 하며, 어쩌면 가끔은 교사로서 부끄러운 일도 있었으리라 싶은 생각에 솔직히 제자들이 날 기억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은 조금도 없었다.

존경하는 마음을 바란 적은 더군다나 없다.

단지, 나의 제자들이 자기의 위치에서 잘살고 있기를 진심으로 바랄 뿐이다.

살다 보면 마음이 있어도 실천하지 못하는 경우가 참으로 많은데 정성스럽게 만들고 포장해서 내게 보내준 그 마음을 생각하면 고맙지 않을 수가 없다.

날 기억해준 어떤 이로 인해 마음이 참 따뜻해진 날, 갱년기의 우울감은 떨쳐 버리고 감사하며 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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