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살아온 세월에 비해 친한 친구가 많지 않다.
몇몇 여고 동창생들과 연락을 하기도 하지만 가장 친하게 지내는 친구들은 과科 친구들로 그 숫자 역시 많지는 않다.
내가 대학을 입학할 땐 계열로 입학해서 2학년 올라가면서 과가 정해졌었는데 자연계열로 입학한 친구들 중 같은 과에서 11명의 친구를 만났는데 무슨 일인지 남학생이 하나도 없었다.
11명 중 9명이 함께 졸업을 했고 졸업 후에는 한 달에 한 번씩 광주광역시 도청 앞 광장 주변에 있는 다방에서 줄곧 만남을 이어갔다.
만남이 지속되는 동안 하나둘씩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게 되면서 모임 횟수는 적어졌지만 그동안 가족동반으로 무주 콘도, 강원도 등으로 여행을 다녀오기도 하고 부부동반 해외여행을 다녀오기도 하며 만난 지 올해로 40주년을 맞이했다.
학교 다닐 땐 다들 개성이 강해서 어찌 어울리나 우려도 있었지만 뭉쳐야 할 땐 뭉치는 멋진 친구들이어서 교수님들로부터 사랑도 많이 받고 후배들에게까지 우리들 이야기가 전해졌다고도 한다.
당시에 파마를 새로 하거나 새 옷을 사거나 예쁘다는 소리를 들을 때마다 천 원씩 회비로 모아 만원이 넘어가면 수업이 비는 시간에 학교 앞 튀김 집으로 달렸었다.
다들 먹성이 좋아서 어찌나 잘 먹었던지... 생각만 해도 지나가버린 청춘의 행복한 추억거리이다.
친구로 만난 지 40 주년 기념으로 예전 강원도 여행의 기억을 떠올리며 5월에 강원도 여행을 계획했었는데 한 친구가 모친상을 당해 강원도 여행은 9월로 연기되었고 얼마 전에 화순 만연사로 간단히 소풍 겸 만남을 가졌었다.
녹음이 우거진 만연사 오감길 트레킹 코스 초입에서 천천히 걷기 시작하여 산 중턱까지 트레킹을 하면서 소중한 시간을 보냈었다.
나이가 들수록 필요한 존재가 지나온 세월에 쌓인 추억을 함께 이야기할 수 있는 친구라 하는데 그런 의미에서 내겐 많진 않지만 믿을 수 있는 몇몇 친구는 고마운 존재가 아닐 수 없다.
날씨가 제법 더워서 오르막길을 오를 땐 숨이 차기도 했지만 가끔씩 불어오는 바람에 땀을 식히며 중턱 전망대에서는 총무를 맡고 있는 친구가 준비해 온 커피와 과일을 나눠 먹었다.
대부분 광주에서 살고 있지만 모임이 끝나고 순천까지 와야 하는 나를 위해 중턱에서 내려와 자기들 때문에 모임이 연기된 게 미안하다며 모친상을 당했던 친구 부부가 멋진 점심 식사를 대접해 주었다.
그리 힘들지 않은 짧은 시간의 트레킹에 모두들 만족해서 앞으로도 이런 기회를 자주 가져보자며 입을 모았다.
친구들과 또 하나의 추억을 더한 만연산 소풍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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